임신이란 단어에 담긴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끝없이 반복되는 기다림과 좌절의 연속이기도 하다. 최근 연예계에서는 한 부부가 열네 번의 체외수정 끝에 마침내 새로운 생명을 품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익숙한 이름, 그러나 낯선 현실. 젝스키스의 장수원, 그리고 그의 아내 지상은 씨의 이야기는 단순한 연예면 뉴스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숫자는 냉정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연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같은 과정을 겪는 수많은 가족이 있다. 체외수정 시술은 이제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 땅의 또 다른 일상이 됐다.

난임 치료의 실제 모습

시험관 시술 중 부부 모습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시험관 아기’라는 용어. 하지만 그 이면에 놓인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배아는 약 78만 개에 달했다. 이 중 20만 건 넘게 이식이 이뤄졌고, 절반을 훌쩍 넘는 약 53만 개는 쓰이지 못한 채 사라졌다.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늘어난 이 숫자는, 난임 치료가 이제 극히 일부의 선택이 아닌 사회 전체가 마주한 숙제가 됐음을 의미한다.

장수원 부부가 겪은 14번의 반복은 단순한 고난 극복담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부부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인지했다. 내년부터는 최대 25회까지 시술비를 지원하며, 혼인 여부나 소득, 나이에 따른 제한도 사라진다. 체외수정은 더 이상 ‘특혜’가 아니라, 공공의료 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령과 성공 확률의 상관관계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 확률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임신의 가능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 바로 나이다. 2025년 최신 통계를 보면, 30세 이하 여성의 체외수정 성공률은 10명 중 5명꼴. 31~35세 구간에서는 약 48%, 38세 이후로는 그 비율이 42% 수준에 머문다. 41세가 넘으면 이 비율은 14%까지 뚝 떨어지며, 42세 이후에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장수원 부부 역시 그들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넘긴 뒤에야 기쁨을 맛보았다. 시도와 실패, 다시 도전의 연속.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벽은 나이였고, 건강과 생활 습관, 심리적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했다. 지상은 씨가 털어놓은 “버틸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라는 고백은 수많은 예비 엄마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준다. 의지 하나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복지 확대와 새로운 고민들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변화의 폭은 훨씬 크다. 2025년 이후에는 시술비 지원은 물론,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난임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다. 가임력 검사비도 무상으로 제공되고, 난임 부부를 위한 휴가 역시 확대된다. 이제 출산과 양육, 그 모든 과정이 국가적 책임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고민거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매년 50만 개가 넘는 배아가 폐기된다는 사실은 무겁게 다가온다. 체외수정은 단지 희망을 제공하는 기술인 동시에, 생명윤리와 보건의료 재정, 사회적 책임 논란을 불러온다. 출산율 제고라는 목표 아래, 우리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어떤 가정의 특별한 성공담’이었던 체외수정 성공 사례는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생각해야 할 주제로 바뀌었다. 수치와 정책 이면에는 각자의 고민과 눈물이 있다. 장수원 부부의 도전은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저출생 시대, 이들의 경험이 사회적 해법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