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강국이라는 수식어, 이제 반도체를 넘어 인공지능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성장의 끝이라 여기던 시절은 지났다. 서울의 한 신생 기업이 거액의 인수 제의를 단칼에 거부하고, 불과 반 년 만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혁신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의 드라마. 이름마저 생소했던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국내외 40곳이 넘는 투자처로부터 약 1700억 원을 모으며, 기업 가치 1조 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이른바 ‘유니콘’의 반열에 올랐다. 기술력, 경영 철학, 시장 신뢰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립 경영의 길을 택한 결정적 순간

AI 반도체 유니콘 창업 결정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은 거액의 제안을 마다하는 이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퓨리오사AI의 선택은 과감했다. 올해 초, 미국 거대 IT기업이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조건을 내걸었으나, 흥정은 시작도 없이 끝났다. 회사의 대표인 백준호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독자적인 기술로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내부 단합을 이끌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고집이 아닌,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드러난 사업 방향의 차이, 그리고 독자 설계 반도체의 가능성을 확인한 경험. 이 모든 것이 인수라는 ‘빠른 길’ 대신 자립이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기술 혁신이 만든 새로운 경쟁 구도

AI 반도체 기술 혁신 경쟁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퓨리오사AI의 역사는 한 장의 설계도에서 시작됐지만, 시장을 놀라게 한 건 ‘레니게이드(RNGD)’라는 2세대 AI 전용 칩이었다. 이 반도체는 기존 GPU와는 결이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SK하이닉스의 최신 고대역폭 메모리(HBM3)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고, LG AI연구원 등 다양한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대규모 테스트를 거쳤다.

주목할 점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가 350W의 전력을 요구하는 데 비해, 레니게이드는 그 절반 이하인 150W만으로 비슷한 인공지능 처리 능력을 뽐냈다. 한마디로, 10개의 칩이 있다면 3개만 바꿔도 전기요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뛰어난 효율성 덕분에, 사우디 아람코 등 해외 기업들마저 테스트에 동참했다.

투자자 신뢰와 시장의 변화

AI 반도체 기업 투자 신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한때 ‘모험’이라 불리던 퓨리오사AI의 행보에, 이제는 ‘신뢰’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산업은행,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주요 투자 기관 40곳 이상이 이번 라운드에서 자금을 대며, 해당 기업의 누적 투자액과 비슷한 규모가 단일 라운드에서 쏟아졌다.

특히, 통상적으로 위험을 꺼리는 벤처펀드들이 4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복수로 참여한 것은, 이 회사가 더 이상 갓 출범한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시장은 이미 퓨리오사AI를 준비된 유니콘, 즉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 선 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래를 향한 메시지와 전망

퓨리오사AI의 리더 백준호는 최근 투자 유치에 대해 “이번 성과는 새로운 제품 개발과 대량 생산의 전환점”이라며,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국가 차원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제 이 회사는 단순히 주목받는 신생 기업이 아니라, 국내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사례는 기술력과 경영 전략, 투자자의 신뢰가 뒷받침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하드웨어 경쟁의 무대에서, 한국의 이름이 더 자주 거론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