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밥상에 경고등 켜지다 한국산 쌀, 이웃 식탁을 점령하다
쌀 하면 으레 ‘일본’을 떠올리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도쿄 마트 진열대나 동네 식당에서 익숙한 풍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흰 쌀밥 한 그릇, 예전처럼 쉽게 주문하거나 사기 힘든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요? 쌀 부족 사태가 50년 만에 일본을 찾아오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예상치 못한 이 변동의 소용돌이에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들까지 직접 뛰어드는 모습이 연일 언론에 등장합니다. 누군가는 “한국산 쌀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꺼내며, 위기감이 사회 전반을 덮고 있습니다.
쌀값 급등이 불러온 일본의 정책 변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숫자에 민감한 식품업계에서 최근 1년 새 쌀 가격이 두 배가량 뛰었다는 소식은 일종의 충격파였습니다. 그동안 일본은 꾸준히 쌀 생산량을 줄이는 전략을 써왔지만, 2023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그리고 농촌 고령화라는 삼중고에 휘청이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벼 수확량이 뚝 떨어지자, 일본 정부는 비상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전까지는 시장에 좀처럼 풀지 않던 비축미를 20만 톤 넘게 방출했지만, 실제로 체감 가격 안정 효과는 크지 않았죠. 일본 곳곳에서 마트 쌀 코너의 리필 한도가 생기고, 식당에서 쌀밥 추가가 제한되는 현상까지 나타났으니, 그 심각성을 실감할 만합니다.
유통 변화와 급격한 시장 흐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예전의 일본 쌀 유통은 전국 농협(JA)이 대부분을 장악하는 구조였지만, 최근 몇 년 새 온라인 직거래와 소규모 판매가 늘면서 정부의 관리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늘어났습니다. 공급량 파악이 어려워지면서 시장이 혼란스러워진 셈이죠.
쌀이 귀해지자 매점매석이 번지고, 밖에서 온 관광객들이 일본산 쌀을 대량 구입하는 진풍경도 펼쳐졌습니다. 누군가는 “도쿄에서 쌀을 구하기가 마치 명절 선물 준비하는 것처럼 힘들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한국산 쌀, 일본을 파고들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 와중에 ‘한국산 쌀’이 일본 소비자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일본이 수입한 한국 쌀은 416톤에 달해, 1990년 이후 최다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참고로, 동일본 대지진 구호용으로 2012년 수출된 양이 16톤이었으니, 이번 수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조차 없습니다.
해남, 하동, 강진 등 각지 브랜드 쌀이 일본 대형 마트와 온라인몰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5킬로그램짜리 일본산 쌀 한 봉지가 4만2천~4만3천원선에 팔리지만, 4킬로그램짜리 한국산은 4만1천원 안팎이니 가격 경쟁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부 제품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품절됐다는 후문입니다.
일본 농림상, 직접 답을 찾으러 오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쌀 부족의 해법을 찾으려 일본 정부도 직접 나섰습니다. 지난 6월, 일본 농림수산상 고이즈미 신지로는 한·중·일 농업장관회의 일정 중 경기도 파주시의 한 벼농가를 방문했습니다. 현장에서 그는 한국의 쌀 생산과 유통, 농협의 매입 방식, 포장 단위, 농자재 비용 절감 전략까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고이즈미 장관을 비롯한 일본 공무원 10여 명이 파주농협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돌았고, 일본 주요 언론들도 동행 취재에 나섰습니다. 장관은 “한국의 유통 시스템, 충분히 배울 만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구조적 문제와 미래 전망
일본은 이미 오랜 기간 유지한 감산 정책을 걷어내고, 생산 증가 기조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젊은 농업 인력 부족, 그리고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탓에, 쌀 생산 기반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한국산 쌀의 일본 내 입지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본 쌀값이 안정되지 않는 한, 수입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는 쌀 한 톨도 방심하지 못하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제 이웃나라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서민 식탁의 안정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든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