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신용기록―그 무게가 달라질 날이 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번의 실수로 남겨진 연체 이력이 길게는 5년까지 발목을 잡곤 했다. 그러나 올해 말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부가 예상치 못한 규모의 신용 기록 ‘클리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 새로운 정책으로 300만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금융 불이익에서 한 발짝 물러설 수 있게 됐다. 정부는 5000만 원 이하 연체 채무를 모두 청산한 이들에게 과거의 흔적을 지워주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간 성실히 빚을 갚았더라도 남아 있던 기록의 족쇄가 드디어 풀리게 된 셈이다.

신용 기록 삭제 제도 주요 내용

신용사면 신용기록 삭제 안내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금융위원회는 연체 채무 관리에 변화를 주는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5000만 원 이하 연체를 전부 갚은 개인과 개인사업자. 이미 빚을 다 갚은 이들만 해도 270만 명이 넘고, 연말까지 갚는다면 50만 명 이상이 추가로 혜택을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연체금을 모두 변제해도 신용정보 기록이 오랜 기간 남아, 대출 또는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당장 9월 말부터 이런 불이익의 벽이 사라진다. 정책 담당자들은 “신용등급 회복으로 그간 문턱이 높았던 금융 서비스의 문이 다시 열린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과 변화된 조건

신용사면 지원대상 안내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전의 신용사면은 2000만 원 이하의 채무에 한정됐지만, 이번에는 그 두 배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여파와 경기 둔화, 그리고 고금리 환경 등 여러 변수들이 기준 완화의 배경이 됐다.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기준에 맞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통계에 따르면, 지원 자격이 주어졌던 이들 가운데 약 10명 중 8명 이상이 정책 시행 기한 내에 상환을 완료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참여가 예상된다. 정책의 핵심은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금융 시스템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와 시장의 반응

신용사면 발표에 환호하는 시민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실제로 지난해 이 제도의 수혜를 경험한 한 프리랜서는 코로나로 인한 390만 원 연체를 모두 갚았음에도 신용기록에 발목이 잡혀 은행 대출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기록 삭제 이후 신용점수가 크게 올라, 1금융권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과거 정책이 실시됐을 때, 수만 명이 새 신용카드를 손에 쥐었고, 10만 명 넘게 새롭게 대출을 받는 등 시장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신용점수가 평균 100점 넘게 뛰기도 했다.

가계대출 증가와 금융권의 전망

가계대출 증가 그래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몇 달 동안 주요 은행에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8월 첫 주 기준 5대 은행의 대출 잔액은 760조 원을 넘어섰고, 특히 신용대출은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변동이 겹치면서 신용대출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이 같은 시장 흐름 속에서, 정부의 신용 기록 삭제 정책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 거래의 새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적용 일정과 주목할 점

이번 대책은 9월 30일부터 자동 시행된다. 이미 상환을 마친 이들은 해당 날짜에 일괄적으로 과거 연체 기록이 삭제되며, 그 이후 상환을 마치면 다음 날 바로 신용정보가 정정된다.

정책 당국은 “채무자의 정상적 금융거래 복귀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신용의 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올가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