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붐비는 출퇴근길. 운전자는 종종 차창을 두드리는 조용한 ‘덜컥임’에 고개를 갸웃했다. 최신 차를 샀건만, 뭔가 부드럽지 않은 그 움직임. 이윽고, 현대자동차는 평온한 일상 속 소소한 불만을 발견하고 실타래를 풀기로 했다. 한동안 ‘고성능’의 대명사처럼 홍보됐던 8단 듀얼클러치(DCT)가 싼타페 2.5 가솔린 터보에서 내려오고, 익숙한 8단 자동변속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작은 이질감이 쌓여 목소리가 커지면, 거대한 기업도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부품 교체가 아니다. 운전자의 손끝, 발끝에 닿는 감각을 바꾸겠다는 약속이다.

소비자의 운전 습관이 변화를 이끌다

현대 싼타페 자동변속기 변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과연 몇 명이 느끼는 걸까? 도로 위, 10명 중 7명은 주로 시내에서 차를 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짧게 멈췄다 출발하는 일이 반복되는 국내 환경에선, 고속도로의 짜릿함보다 부드러운 스타트와 정체 구간의 안락함이 더 중요해졌다. 듀얼클러치의 빠른 변속, 스포츠카 같은 매력도 낮은 속도에선 자칫 불편이 될 수 있다.

현대차가 현장을 들여다본 결과, 특히 저속에서의 울컥거림과 언덕에서의 불안정한 반응에 대한 의견이 적지 않았다. 미국 등지에서 이미 변속기 문제로 리콜이 이어졌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데이터였다.

기술의 진화와 시장의 반응

현대 싼타페 자동변속기 변경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기술이라는 것도 결국 사용자가 원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법. 현대자동차는 한때 8단 DCT를 ‘상징’처럼 내세웠지만, 이젠 도심을 달리는 수많은 이들의 선택에 귀를 기울였다. 기존의 듀얼클러치 대신, 토크 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로 교체가 결정됐다. 오래된 방식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내구성과 부드러운 주행감에서 강점을 지닌다.

개발팀 관계자에 따르면, 실질적인 주행 테스트에서 새 자동변속기가 더 안정적인 결과를 냈다. 그리하여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리콜과 무상수리가 이뤄졌고, 국내 싼타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이다.

경쟁사의 선택과 앞으로의 방향

현대차 싼타페 자동변속기 비교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흥미로운 점은, 같은 그룹 내에서도 길이 갈린다는 사실이다. 기아차는 같은 8단 DCT를 계속해서 밀고 나갈 예정이다. 기아 미국 법인에서는 “독립적 판단”을 강조하며, 쏘렌토 등 일부 모델에 변화가 없음을 알렸다. 이처럼 한 지붕 아래 다른 선택이 이뤄진 이유는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주행 감각과 소비자층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새롭게 선보일 투싼에도 자동변속기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경쟁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와 차별화된 주행 경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미래 시장의 흐름과 의미

자동차 기술은 늘 앞만 보고 달려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거울도 자주 들여다본다. 이번 싼타페 변속기 교체는 ‘더 빠른’ 대신 ‘더 편안한’을 택한 결정이다. 결국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곧 혁신의 방향이 되는 셈이다. 조용한 불만이 모이면, 기업도 크게 움직인다.

이제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한층 더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누구의 목소리에 따라 진화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