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월세로 무게추 이동 9억 이하 아파트 집중 거래에 전세 물량 씨마름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마치 거대한 장이 갑자기 뒤집어진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한때 전세는 ‘잡으면 금쪽같은’ 기회로 불렸지만, 최근 몇 주 새 목격된 현상은 전혀 예상 밖이다. 대출 규제의 그늘 아래, 이사 수요는 좁은 문을 두드리고, 저가 아파트만 웃음 짓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중년층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내 집 마련의 꿈’도 요즘은 새로운 고민거리다. 몇몇 인기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한 달 월세가 웬만한 월급 수준까지 치솟으며 ‘월세 시대’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시장 흐름은 이미 눈에 띄게 달라졌지만, 그 이면엔 불편한 진실들이 도사리고 있다.
아파트 거래 양극화와 저가 주택 쏠림 현상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40여 일 동안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10건 중 약 5건은 9억 원 이하에서 성사됐다. 작년만 해도 이런 거래 비중이 4건에 조금 못 미쳤던 점을 떠올리면, 저가 아파트로의 쏠림이 뚜렷해졌다. 특히 6억 원 이하 주택 거래가 크게 늘었고, 반면 15억 원대 이상 매물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뒤에는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전세대출 규제라는 두 개의 벽이 자리한다. 중대형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은 직격탄을 맞아 한때 북적이던 거래가 뜸해졌다. 한 동네 중개사는 “예전엔 꿈도 못 꾸던 금액에 거래가 이뤄지는 일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전세 시장의 극심한 공급 부족과 이동 정체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한 심정일 터다. 7월 한 달 동안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이 2만2천여 건에 그치며, 한 달 사이 7% 가까이 줄었다. 송파구의 명문 대단지들에선 전세 물건이 단 한 채도 안 나오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유는 간명하다. 계약 갱신 요청을 이용해 기존 전셋집에 머무는 이들이 크게 늘었고, 전세퇴거자금 대출 한도 축소가 신규 전세 이동을 막아섰다. 그 여파로, ‘빈집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차 시장의 활력을 되살릴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월세의 급부상과 세입자 부담 심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자연스럽게 월세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었다. 서울의 7월 월세 거래는 7천 건을 훌쩍 넘겼고, 그중 500만 원이 넘는 고가 월세 거래도 올해 처음으로 2%를 돌파했다.
특히 강남 일대에선 한 달 월세만 천만 원을 넘기는 계약도 연이어 등장해, ‘월세의 시대’를 실감케 했다. 월세 전환율이 오르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제가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에 금이 가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이 점점 더 멀어지는 현실을 우려한다.
시장 흐름과 향후 과제
규제 강화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저렴한 아파트만 매수세가 붙고, 전세는 품귀에 월세로 대체되면서,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는 선택지가 점점 줄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전세 공급 확대와 임대차 시장의 순환 구조 복원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거 부담에 허덕이는 이들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변화는 단순한 가격 움직임이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