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는 폭우, 보험의 민낯을 드러내다 시대에 뒤처진 보장체계에 변화의 목소리 커져
비 오는 저녁, 한 통의 사진이 도착한다. 산골짜기의 집이 형체를 잃었고, 차는 진흙더미에 파묻혀 있다. 가족을 지키려던 담장, 오랜 추억이 깃든 벽돌 하나하나가 힘없이 자리를 잃는다. 그런데, 이 위기의 순간, 누구보다 든든해야 할 보험은 정작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는 “보험 가입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예고 없는 자연의 벼락 앞에 보험의 역할은 기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수해로 무너진 터전에 남은 건 복잡한 절차와 반복되는 질문뿐. 손해 접수는 했지만, 답변은 늘 제자리걸음. 피해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데, 보험은 오히려 한 발짝 늦게 따라온다.
반복되는 피해 접수와 복잡한 절차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자연재해가 남긴 상처 위로, 또 다른 골칫거리가 덮쳐온다. 사고 접수 이후, 담당자와의 대화는 마치 되감기 버튼을 누른 듯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다. 처음에는 가능하다고 했던 보장도, 며칠 지나면 설명이 뒤바뀐다. 피해자는 바뀐 약관 때문에 혼란스럽고, 서류 한 장 빠졌다는 이유로 지원이 늦춰진다.
특히, 2022년 수도권을 휩쓴 폭우로 침수된 차량만 해도 5,000여 대에 달했지만, 보험사 약관의 벽은 높았다. ‘천재지변’이라는 단어 세 글자에 기대했던 보상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피해액 산정도 피해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고, 서류가 모두 갖춰져도 보험금 지급이 몇 달씩 늦춰지는 사례가 잦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문제로 떠오른다. 보험사는 절차와 규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그 결과, 일부는 소송으로까지 번지며, 문제는 점점 복잡해진다.
제도 개선 요구와 변화의 움직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제는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면서, 자연재해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천재지변 제외’ 같은 규정은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부 시민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개선을 요구하고, 몇몇 보험사는 강우량 등 기상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새로운 보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보험금 지급 체계의 신속성과 투명성 또한 요구되고 있다. 만약 20일 이내에 지급이 어렵다면,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일단 절반 정도를 먼저 지급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정보 접근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가 명확히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구조 혁신의 필요성과 미래 과제
피해자들이 반복적으로 고통을 겪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이 확산되는 중이다. 보험 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걷어내고, 현실에 맞는 보장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 민간 보험사와 공공기관이 힘을 합쳐 위기 상황에서 보다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보험이 단순히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상품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실제로 사람을 지켜주는 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