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화면에 비친 미래, 셔터 한 번에 외부로 빠져나가다”
대형 산업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퇴직을 앞둔 한 기술자가 회사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정보들을 사진에 담아낸 사실이 적발되면서, 내부자와 외부 브로커의 손길이 기업의 담장을 얼마나 쉽게 넘나드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기엔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단 한 번의 기술 유출 시도가 산업 생태계 전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 탈취’가 현실이 된 지금, 기술 보안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최근 적발 사례와 분석

국가핵심기술 유출 적발 현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어느 대기업 전직 팀장(48세)이 자택에서 회사의 가상PC에 접속, 핵심 이차전지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사진으로 저장했다. 사진만 약 3천 장. 혼자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동료를 통해 추가 정보도 확보했고, 해외 업체와의 교신을 위해 대리인을 동원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관련 기관은 국가정보원에서 입수한 단서를 바탕으로 전방위 수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 건의 기술 자료 이미지가 압수됐고, 일부는 국가의 미래를 가늠할 첨단 전략기술로 분류됐다. 만약 이 정보들이 국경을 넘었다면? 한 경제연구소는 “10년 넘게 쌓아올린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며,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뻔했다”고 평가한다.

산업별 정보 유출 실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올해 들어서만 비슷한 사건이 여러 건 확인됐다. 반도체, 바이오의약, 디스플레이 등 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내부자가 기업의 보안망을 뚫고 핵심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이직을 앞둔 직원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밀 문서를 촬영하거나, USB 등에 파일을 저장해 몰래 반출하는 수법이 대세다.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 D램 공정 관련 기술을 중국 업체로 흘려 보낸 사례, 바이오 기업에서 3천 장이 넘는 서류가 외부로 빠져나가 실형 판결이 내려진 사건 등 실례는 다양하다. 전체 유출 사건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계 업체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손실과 산업 생태계 위험

국가핵심기술 유출 위협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5년간 산업기밀 유출로 집계된 누적 피해액이 약 25조 원에 달한다. 한 번의 정보 유출로 매출 감소와 기술력 상실은 물론,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까지 이어진다.
특히 이차전지와 반도체처럼 기술 집중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경쟁사가 정보를 손에 넣으면 수년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한순간에 무력화된다.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면 그 손실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다.

정부의 대응과 향후 방향

국가핵심기술 유출 대응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정부는 유출 행위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연결하는 매개자, 알선책까지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실형·벌금 등 실제 처벌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산업부, 특허청, 검찰, 국가정보원 등 유관 기관들은 상시 정보 공유와 합동 감시망을 구축해 사전 예방에 힘을 쏟는다. 기업들에게는 내부 보안 시스템 재점검과 퇴직자 관리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작은 구멍이 결국 거대한 유출로 이어진다.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술보호를 위한 현실적 과제

정보 흐름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기술 보호의 패러다임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자 관리와 디지털 보안 체계 강화, 외부 네트워크 차단, 상시 모니터링 등 전방위적 대책이 요구된다.
특허청 수장은 “국경을 넘는 기술 유출은 결국 국가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 처벌이나 사후 대응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와 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는 실질적 보호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기술을 지키는 일은 일부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국가적 생존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