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도시의 아침, 신호등 앞에 멈춘 한 대의 스포츠카가 있다. 반짝이는 검은 차체 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강주은 씨. 누군가에게는 ‘포르쉐 클럽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그녀에게 이 오픈카는 그저 값비싼 기계가 아니다. 10여 년 세월을 함께한, 조금은 낡았지만 한결같은 동반자다.

세상엔 보석을 탐하는 이들이 많지만, 강주은 씨의 선택은 달랐다. 손끝에 감기는 열쇠, 그리고 엔진의 울림. 그 순간을 위해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의 월급을 저금해왔다고 한다. 일상의 무게와 맞바꾼 자유가 바로 이 컨버터블에 담겨 있다.

취향과 신념의 결정체

블랙 포르쉐 911 오픈카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은 종종 “왜 자동차에 마음을 주냐”고 묻는다. 강주은 씨는 대답 대신 자신의 선택으로 증명했다. 포르쉐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힘과, 빠르게 속도를 올리는 그 짜릿함. 하지만 그녀에게 이 차는 ‘슈퍼카’라는 이름보다,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주말마다 가족과 바람을 쐬는 생활의 일부였다.

시속 291km까지 달릴 수 있다는 설명은 숫자에 불과하다. 진짜 가치는, 차창 너머로 스치는 바람과 함께 느끼는 젊음과 품격에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강주은 씨가 “과신은 금물”이라고 덧붙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차와 운전자 사이의 신뢰, 그 미묘한 균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세월을 견디는 디자인과 색채의 의미

블랙 포르쉐 911 오픈카 모습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흔히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강주은 씨가 고른 것은 ‘흑색 컨버터블’이다. 변하지 않는 클래식함,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선과 면. 남들이 최신 유행에 흔들릴 때에도, 그녀는 자신만의 취향을 고집했다. 이 차가 점점 더 애틋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블랙’이라는 색은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스스로를 설명할 필요 없는 자신감의 상징이다. 강주은 씨는 “이 차를 보면 내 삶의 여러 조각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한다. 그만큼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자동차를 넘어서는 경험 공유

포르쉐 클럽 코리아의 설립자이자 회장으로, 강주은 씨는 단순히 자동차를 사랑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동호회 활동, 방송, 온라인까지—차와 인생의 순간들을 나누는 일을 자처해왔다. 장거리 여행의 기억, 오픈카로 맞이한 밤하늘, 가족과 함께한 사진들. 모두가 이 검은 911과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는 자동차를 ‘탈것’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강주은 씨에게 이 오픈카는, 인생의 중요한 장면을 기록하는 캔버스이자 자유의 상징이다. 시간을 견디는 기계와, 그 위에 쌓인 추억이 만들어낸 조용한 감동. 바로 그것이, 그녀가 10년 넘게 이 차를 곁에 두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