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022년 기록적인 100조 원 돌파를 알린 진료비 상승이, 생각보다 예상 밖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며 의료계와 정책 당국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다.

많은 이들이 고령화 탓이라고 믿어왔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의료기관과 병상이 늘어난 것이 걷잡을 수 없는 지출 확대로 연결된 모습이다. 누구나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다는 편리함 뒤에는, 빠르게 불어나는 의료비 청구서가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다.

의료 인프라 확장과 진료비 상승의 연결고리

의료 인프라 확장과 진료비 증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병상이 늘고 의원이 곳곳에 세워지면서, 그만큼 의료 서비스 이용도 덩달아 치솟았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연구기관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들여다본 결과, 인구 천 명당 병상이 조금만 늘어도 입원비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특히 외래 진료비는 병상보다 의원 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를 들어 인구 십만 명당 의원 수가 1퍼센트만 늘어도, 진료비는 1.64퍼센트나 뛰었다. 이는 60세 이상 인구 증가처럼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아니라, 제도적 선택과 관리에 따라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설명되지 않는 진료비 급증의 미스터리

진료비 급증 원인 분석 이미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모든 증가가 단순히 기관 수나 고령 인구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이후 의원 외래 진료비에서, 절반이 넘는 상승분은 연구진도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 새 의료기술 등장, 제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덕분에 의료비 급증은 단순 계산을 넘어서는 복잡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고, 한편에서는 “더 늦기 전에 미리 손봐야 한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진료비 산정 방식 개편의 필요성

진료비 산정 방식 변화 이미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더 놀라운 사실도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건강보험 도입 이래 1인당 소득은 10배 조금 넘게 뛰었지만, 한 사람당 건강보험 진료비는 무려 37배 이상 늘었다고 짚었다. 보험혜택은 비슷한 반면, 국민이 지는 부담만 수배로 늘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10년간 진료비 단가와 진료 건수가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한 것도 문제로 부각된다. 김 교수는 “진료비 산정 체계를 GDP, 물가, 보건업 임금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비급여 항목까지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도 전면 개혁 요구 확산

제도 개혁 요구 집회 모습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들 사이에선 더 이상 현행 제도로는 통제가 어렵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진료비 계약이나 상대가치점수 조정 등에서 재정 중립 원칙을 확실히 지킬 것을 주문했다.

결국 병상과 의원 수 조절, 진료비 산정 방식 개편, 비급여 관리 강화의 세 축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100조 원을 넘어선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지금의 흐름을 방치한다면, “의료 선진국” 타이틀도 언젠가는 빛을 잃게 될지 모른다. 지금이 바로 뜯어고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