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기차 판도 흔드는 한국 바람 작은 변화가 거대한 시장을 흔든다
일본에서 ‘전기차=미래’란 공식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하이브리드의 왕국, 익숙함을 중시하는 소비자, 그 속에서 전기차는 전체 자동차 100대 중 1대 남짓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소리 없이 강하게, 한국의 한 소형 전기차가 이 고요한 시장의 수면을 흔들고 있다.
누가 이 조용한 물결을 만들었는가. 바로 현대차의 인스터 EV다. 2024년 상반기, 일본 땅에서 438대가 구매자의 손에 넘어갔다. 이곳에서 해외 전기차가 ‘천의 벽’을 향해 달린다는 것은, 단순한 판매 수치를 넘어 한 시대의 문을 두드리는 일과 닮았다.
일본 전기차 시장의 미세 진동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대부분의 일본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인다. 그러나 4월부터 정식 판매에 들어간 인스터 EV는 달랐다. 첫 달 82대, 그 다음 달 94대, 그리고 6월엔 130대. 마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듯, 이 작은 차는 일본인의 선택지에 슬며시 들어섰다.
판매량만으로는 아직 거인과 거리를 두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판매량의 70%에 이르렀다. 시장의 1퍼센트라는 답답한 장벽 앞에서도, 현대차는 조용히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이다. 인스터 EV는 약 2,650만 원. 경쟁 모델인 중국산 BYD ‘아토3’보다 1,000만 원쯤 저렴하고, 도요타의 ‘bZ4X’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에 가깝다. 일본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도 한몫한다. 인스터 EV 구매자는 최대 56만 엔의 혜택을 받는다. 반면 아토3는 보조금이 줄었다. 이 작은 차 한 대에, 각국 브랜드와 정책의 셈법이 얽혀 있다.
틈새 공략 전략과 생산 현장 변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도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일본만을 위한 ‘품질 검수’ 라인을 새로 구축했다. 30억 원을 투자해, 현지 기준에 맞는 엄격한 체크를 거친다. GGM은 올해 일본 수출목표를 680대로 잡았다. 하지만 인스터의 기세라면, 천 대 돌파도 그리 멀지 않은 목표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시장에도 반향을 준다. 최근 선보인 2026년형 캐스퍼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 상품성을 강화했다. 보조금을 감안하면, 전기차를 2,000만 원대에 손에 넣는 일도 가능하다.
경쟁사 진입과 시장 확장 움직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기아 역시 일본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2025년부터 소형 상용 전기차 PV5를 투입할 계획. 일본 주요 상사 소지쓰와 손을 잡고, 현지 법인 없이 간접판매 방식으로 출격한다. 위험을 줄이면서도 시장 흐름을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의 상용차 시장은 약 285억 달러 규모. 이 가운데 PV5가 겨냥한 경상용차 부문이 전체의 4분의 3에 달한다. 도요타 등 현지 강자들도 신차 출시를 예고했다. 이제 일본의 골목상권, 물류 현장에 한국 전기차가 활약할 날도 멀지 않다.
소비자 선택지의 변화와 산업 영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제 일본 소비자 앞에 놓인 ‘전기차’라는 퍼즐은 조금씩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신뢰할 수 있는 품질, 그리고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의 움직임. 한때 불모지였던 일본 전기차 시장이, 한국 기업의 도전으로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
조용하지만 거침없는 이런 변화가, 앞으로 아시아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