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졸업장’이란 말, 혹시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결혼 생활이 마치 긴 마라톤 같았다면, 이제는 완주 후 각자만의 페이스로 인생 후반전을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년을 지나며, 10명 중 3명은 ‘졸혼’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선택지를 고민합니다. 남과 북처럼 분명히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의 국경을 존중하는 삶. 바로 이 변화가 조용한 물결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나의 인생 2막’을 꿈꾸며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합니다. 누군가는 오랜 동행자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일상의 균형을 찾아갑니다. 더는 젊은 날의 사랑이나 의무로만 묶이지 않으려는 이들,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점점 더 우리 곁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졸혼이라는 선택 앞의 다양한 얼굴

졸혼 고민하는 중년 부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졸혼은 단순히 이혼의 다른 이름이 아닙니다. 법적 관계는 유지한 채, 생활은 독립적으로 꾸려가는 방식이죠.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이 방식이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삶의 한 페이지가 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독립을 하고, 오랜 직장 생활도 마무리해가는 시점. 그제야 비로소 ‘내가 누구였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 변화의 물결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됐습니다. 오랜 집콕 생활, 서로 다른 생활 리듬,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폭발적으로 분출된 결과입니다. 한편에서는 “결혼생활에 자유를 더한 지혜로운 타협”이라는 평가가, 다른 한편에서는 “가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흐름”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회적 시선과 감정의 파도

졸혼 후 사회적 시선과 감정 변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중년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 생각보다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와 마주하는 일입니다. 졸혼을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자유와 외로움, 기대와 두려움이 한데 뒤섞여 있습니다. 한 여성은 “남편이 내 인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 있음이 오히려 버거워졌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반면, ‘졸혼은 서로를 더 이해하는 계기’라는 긍정적 시선도 눈에 띕니다.

이에 따라 TV드라마, 다큐멘터리, 토크쇼 등 다양한 매체에서 졸혼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년 이후의 삶을 재정의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대중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졸혼을 바라보는 새로운 해석

졸혼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속사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한 선언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고단한 가족 부양의 끝에서 겨우 찾아낸 쉼표입니다. 개인주의가 자연스러워진 오늘날, 이런 변화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지원 체계, 정서적 고립 등 현실의 장벽도 분명 존재합니다. 서로의 삶을 존중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더 깊은 외로움에 빠질 위험성도 지적됩니다. 누군가는 이를 가리켜 “결혼의 진화된 형태”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무늬만 부부, 내용은 별거”라며 아쉬움을 내비칩니다.

이렇듯 졸혼은 우리 사회가 가족과 결혼에 대해 어떤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울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흐름이 어디로 이어질지, 35세 이상 중장년층의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