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잃어버린 석유화학, 어디로 향하나 생존을 위한 해법 찾기에 고심하는 업계
‘성공 신화’라는 단어가 무색해진 오늘, 한때 먹여살리던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갈림길에 섰다. 성장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은 지나고, 업계는 지금 생존을 논의한다. 수십 년 함께했던 엔진에 이상이 감지되자, 기업과 정부 모두 이전과 전혀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시장의 변화는 조용히 찾아오지 않았다. 중국과 중동, 새 얼굴 경쟁자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언제까지 기존의 방식만 고수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프레임을 깨야 할 때"라는 신호가 업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위기의 징후와 기업의 선택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익을 쓸어담던 과거는 어느새 옛이야기가 됐다. LG화학의 2분기 부채비율은 110.7%에 이르며 3년 만에 100% 벽을 다시 넘었다. 한화솔루션 역시 178%, 롯데케미칼의 76.3%는 숫자만 봐도 긴장감을 자아낸다. 더 이상 여유가 없다며, 이들 기업은 속속 ‘핵심이라 여겼던’ 사업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LG화학은 에스테틱 분야를 2,000억 원에, 그리고 워터솔루션 부문을 무려 1조4,000억 원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도 자산 긴축으로 1조7,0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이런 조치만으로는 파도를 넘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기업들이 ‘최적화는 다 했으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고백하는 이유다.
시장 환경의 격변과 외부 압박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몇 년 전만 해도 든든한 시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됐다. 연간 5,200만 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은, 자국 내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저가로 한국에 쏟아낸다. 국내 가공업체들조차 값싼 수입산을 선호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동 지역에서는 8개에 달하는 대형 플랜트에서 연 1,123만 톤의 에틸렌이 쏟아질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6대 업체의 생산량을 모두 합친 수치보다 많다. 자체 원유 공급 덕분에 생산원가는 t당 200달러 미만으로 낮아진다. 국내 생산 단가에 비해 40% 이상 저렴한 셈이다. 현장에서는 “공장을 쉬는 편이 오히려 돈을 덜 잃는 길"이라는 체념 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의 대응 방향과 업계 요구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돌파구는 없는 걸까. 정부는 범용 제품 위주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분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설비 폐쇄나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인수합병 등 기업 스스로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금융·세제 지원이 포함됐다.
특히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1조 원 규모의 전환 지원 자금과 총 3조 원의 정책 금융이 마련되고 있다. 대통령 역시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친환경 특화 거점으로 재편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후속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업계 전망과 변화의 필요성
언제까지 과거의 영광에 머물 수는 없다. 새 판을 짜지 않으면, ‘버틴다’는 말 자체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시장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의 석유화학 산업은 규모가 아니라 혁신과 방향 전환의 속도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야말로 남 탓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 공식을 다시 써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내일의 경쟁력은 오늘의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