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와 롤스로이스의 색다른 만남 자동차 디자인의 경계를 재정의하다
자동차 한 대에 동서양의 시간과 공간, 예술과 첨단이 동시에 담길 수 있을까? 상상 속 질문이 현실이 된 순간, 롤스로이스가 특유의 맞춤 제작 기술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신차 공개가 아닌, 문화와 상징의 ‘재해석’ 그 자체다.
둔황이라는 중국의 고대 도시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이번 신작들은 차 한 대가 아니라 ‘이동하는 갤러리’에 가깝다. 화려하거나 과장된 수식은 필요 없다. 이번만큼은 자동차라는 물건이 예술 작품의 경지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화제를 던지고 있다.
디테일이 만든 변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각 모델별로 완전히 다른 그림체와 분위기다. 팬텀 익스텐디드 버전에는 만리장성의 하늘 아래 펼쳐진 동양의 신비가 담겼다. 차체를 감싼 독특한 보라빛과 흰색 조합은 마치 고대 벽화의 색채를 현대적으로 번역한 듯하다. 차 문을 열면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천장이 펼쳐지는데, 그 안에는 1,300여 개의 광섬유 별빛과 200여 개의 유성이 촘촘하게 수놓아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내 중앙을 장식하는 검은 가죽 위 수작업 판화는 마치 절집 벽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 신비롭고 섬세하다. 불교 신화를 현대 미감으로 해석해, 단 한 명을 위한 예술품이 완성됐다.
맞춤 제작의 새로운 기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컬렉션은 오직 상하이에 마련된 프라이빗 오피스를 찾은 초청 고객만을 위해 설계됐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차량을 원한다면, 롤스로이스가 제시하는 방식은 남다르다. 블랙 배지 컬리넌은 붉은 해가 저무는 실크로드의 풍경을 닮은 분홍빛 외관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중 코치라인과 차량 후면에는 동양적 상징이 은은하게 새겨져, 보는 이마다 다른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실내에 들어서면 앞좌석에는 환한 분홍색, 뒷좌석에는 깊은 네이비 색상이 어우러진다. 구름을 연상시키는 10만 개가 넘는 미세한 구멍은 정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 땀 한 땀 새겨진 디테일이야말로, 이 자동차들이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님을 증명한다.
예술과 기술의 접점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마지막으로 블랙 배지 스펙터는 둔황 벽화 속 산세를 닮은 색조로 시선을 붙든다. 진한 청색과 다이아몬드 블랙의 조합이 대담하면서도 세련돼, 보는 순간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내부에서는 청록과 검정 가죽이 강렬하게 맞부딪히고, 도어와 헤드라이너에 펼쳐진 별빛 효과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디자이너 펑 슈아이는 “고대 벽화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작업 장인정신이 더해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컬렉션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시장 반응과 전망
이제 자동차 구매는 단순한 이동수단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예술적 취향을 드러내는 과정이 됐다. 10명 중 한두 명만이 접근할 수 있는 ‘비스포크’의 세계에서, 롤스로이스가 제시한 이번 작품들이 새로운 기준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럭셔리 자동차 시장이 예술과 맞춤 제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롤스로이스의 이번 시도가 앞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소비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