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 시간에 가치를 더하는 정부의 변화 노동시장·기업 세제, 새 판 짜기 돌입
‘일터에 오래 머문다는 것.’
그 시간의 가치를 이제 정부가 다시 묻는다. 7월의 마지막 날, 세정(稅政)이 조용히 방향타를 틀었다. 노동시장의 롱런이 미덕이 될 수 있도록, 기업과 일하는 이 모두에게 새 기준이 도입된다. 이제 “몇 명을 뽑았나”보다 “얼마나 오래 함께했나”가 더 중요한 평가의 잣대가 된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그동안 고용 유지를 망설이던 기업의 속내와, 일자리에서 한 해 한 해를 버텨온 중장년층의 바람을 동시에 비춘다. 오랜 시간 일한 이들에게 쏟아지는 혜택, 그리고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까지. 변화의 물결이 사뭇 거세다.
제도로 바뀌는 고용의 무게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과거엔 직원 숫자가 줄면 기업이 받던 모든 세금 혜택이 단번에 사라졌지만, 2025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직원 수의 일시적 변동에 마음 졸이던 경영진에게, 정부는 “인원 감소분만큼만 제한한다”는 새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특히 이번 개편의 중심축은 ‘고용기간’이다. 예전엔 “신규 채용 얼마나 했나?”만 셌다면, 이젠 “오래 같이 일해온 직원이 있나?”로 무게추가 옮겨졌다. 예를 들어 젊은 직원을 세 해 동안 붙잡는다면, 첫해 공제액이 1천만원, 2년 차엔 1천900만원, 3년 차엔 2천만원으로 혜택이 점차 늘어난다. 숫자가 아니라 ‘시간’이 돈이 되는 셈이다.
아울러, 일한 기간 자체를 기준으로 삼아 근로자에 대한 정의도 새로 써진다. 계약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실제로 연장을 거듭하며 일한 날들이 인정받는다.
일하고 싶은 나이, 올라가는 현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일터 문을 닫는 시계가 멈출 줄을 모른다. 60세를 훌쩍 넘겨도 계속해서 일자리를 붙잡는 이들이 많아졌다. 2024년 4월 기준, 60대 이상 취업자만 690만 명이 넘는다. 대략 어른 열 명 중 두 명 꼴이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 40여 년 만에 최대치다.
중장년과 노년층의 “일하고 싶은 나이”도 상향 중이다. 5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평균 은퇴 희망 연령이 73세를 훌쩍 넘긴다. 75세를 넘긴 이들은 ‘82세까지도 일하고 싶다’는 목소리마저 냈다.
그 이유가 궁금한가? “생계에 보탬이 되어서”, “일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남고 싶어서.” 이 네 가지가 주된 답이다.
일터의 지도가 바뀌는 기업 지원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기업의 지리적 이동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수도권 본사 또는 공장을 지방으로 옮긴 기업에 한해 적용하던 세금 감면 기한이 연장된다. 예컨대, 구미·김해·전주 등 일부 지역은 법인세와 소득세 50% 감면 혜택이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
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장을 100% 정리하지 않고 일부만 국내로 되돌리는 경우에도 새로운 조건 아래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단, 복귀 후 4년 내에 해외 사업장을 줄이지 않으면 ‘혜택 환수’가 시작된다. 기업의 결정을 재촉하는 명확한 신호다.
제도 변화가 만드는 내일
이처럼 정부가 세제의 칼날을 고용 기간, 지역 이동, 실제 근무일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하는 배경엔 ‘고용 안정’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축이 자리한다.
과연 이번 개편이 기업의 장기 고용을 촉진하고, 수십 년 경력의 중장년층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까? 고용 현장과 정책의 시선이 교차하는, 의미 있는 변화의 한가운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