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남미 무기 시장에 낯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늘날 페루 육군의 군용차에서 발견되는 국산 엠블럼, 그 뒤에는 예전과 다른 전략이 숨어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제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나라의 산업 구조와 손을 맞잡는다. STX가 주도하는 이 현장은 한때 서방 국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군수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제안한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한두 대의 차량 공급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중남미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한국 방산업계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남미 각국의 군사 현대화 물결에 올라탄 한국의 군용차가, 앞으로 이 지역의 방산 지도를 다시 그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력 방식의 진화와 맞춤화

한국산 군용차 수출 협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과거의 방산 수출이 ‘제품만 건네주고 끝’이었다면, 이번에는 게임의 법칙이 달라졌다. STX는 페루 현지의 핵심 군수 공장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과 생산 능력까지 함께 이전한다. 2023년 현지에서 계약된 소형 전술차량 KLTV 10대 공급은, 현장 조립과 자체 생산까지 내다보는 포석이었다.

이 방식은 페루군뿐 아니라 현지 산업에도 일종의 ‘기술 점프’를 제공한다. 산악지형을 누비는 군용차가 남미 군대의 필수품이듯, 맞춤 전략은 남미 시장의 신뢰를 얻는 핵심 열쇠로 평가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제는 거래가 아니라 연대”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 확장의 기반 다지기

한국 군용차 수출 현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단발성 수출에 만족하지 않고, 확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STX는 이달 말, 페루의 핵심 생산 거점 내에 순찰차와 구급차를 자체 조립하는 공장 설립을 마무리한다. 단순히 완성품을 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지 조립라인과 기술의 씨앗을 심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접근은 부품 공급, 정비, 운용 교육 등 ‘토탈 서비스’로 이어진다. 장갑차 30대 판매를 넘어, 특별 사양 차량까지 라인업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고객의 신뢰를 쌓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한두 걸음 앞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남미에서 확산되는 한국 모델

중남미 진출 한국 군용차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페루에서의 경험은 인근 국가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콜롬비아를 포함해, 에콰도르·파라과이·온두라스 등 주변국으로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중이다. 각국의 국영 방산업체와 협력해 현지 조립 모델을 수출하는 것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경제교류 확대,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남미 방산 시장은 내년에만 우리 돈 약 2조 5천억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제 단순한 납품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방산 시스템 구축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전망과 과제

남미 시장에 스며든 한국 군수의 존재감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까? 현지에 뿌리를 내린 조립공장과 기술 이전 모델이, 장기적 신뢰 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으로 1년, 페루와 인접국의 움직임이 우리 방산 업체들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끊임없이 변화하는 남미의 방산 판도 속에서, 한국산 군용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산업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남미의 군용차 시장을 한국이 주도하는 장면이 낯설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