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 봄바람이 예년과 달리 유난히 날카롭다. 미군기지 너머로 번지는 새로운 움직임, 그 속에서 ‘숫자’보다 ‘역량’을 내세운 주한미군의 신호가 퍼지고 있다. 익숙했던 한반도의 안보 풍경에 작은 균열이 시작되는 걸까. 군사 전문가는 물론, 평범한 시민들까지 조용한 불안에 귀를 쫑긋 세우는 상황이다.

이번 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즉석 간담회.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이 마이크를 잡자, 취재진의 표정에 작은 파장이 지나갔다. “우리의 진짜 힘은 숫자에 있지 않다”는 한마디. 익숙한 공식이 뒤집힌 순간이었다.

미군 주둔의 새로운 접근 방식

평택 미군기지 변화 모습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 그 존재에 대해 ‘몇 명이 남아 있을까?’라는 숫자놀음이 반복되어 온 지 오래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두가 바뀌었다. “무엇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가 새 기준이 됐다. 지난 4월, 주한미군의 일부 방공포병이 중동으로 이동했고, 그 빈틈을 신형 전투기가 빠르게 메웠다. 숫자는 줄었지만, 방패는 더 두꺼워졌다는 설명. 과거와 달리 전력의 ‘유동성’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동시에, 미군 내부에서도 “상황에 따라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의 안보 시나리오가 ‘인원수’가 아니라 ‘실질적 전투력’의 조합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신중론

주한미군 작전통제권 논의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미군과 한국군의 관계에서 오랜 현안이었던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다시 부상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충분한 준비 없는 속도전은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전작권 이양이 단순히 시기의 문제가 아니고, 새로운 합의와 철저한 군사적 검증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셈이다.

현재 검증 절차는 3단계 중 두 번째 단계, 이른바 ‘완전운용능력’ 평가가 한창이다. ‘뛰기 전에 걷기부터 배우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신중한 접근이다.

한미 동맹의 유연성과 장기적 변수

한미동맹 변화와 주한미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워싱턴 정가에서는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더 넓은 지역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공식적으로 요구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는 곧 대중국 견제까지 임무가 확장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만일 이에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둔 병력 감축 카드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런슨 사령관은 “북한은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머리를 맞대야 할 숙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평택의 오늘

최근 평택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지각색이다. 10명 중 3명꼴로 주한미군 변화에 불안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군사역량이 강화된다면 인원수 변화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반론한다. 수면 아래의 변화가 한반도 전체의 안보 지형을 흔드는 분수령이 될지, 아니면 익숙한 동맹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향후 수개월, 한미 간 추가 협의와 전략 조율이 이어질 예정이다. 모든 시선이 다시 평택 하늘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