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차를 몰고 도로 위를 누비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요즘 주차장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빛나던 경차와 소형차가, 다시금 운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작고 효율적인 차가 답”이라는 목소리가 경제적 부담이 커진 지금, 실생활로 퍼지고 있기 때문일까. 자동차를 바꾸려는 소비자들의 고민도, 이젠 ‘합리적인 한도 내에서 얼마나 실속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느냐’로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 중고차 시장이 들끓곤 했지만, 올해는 더욱 특별하다. 신차 가격이 부담스러운 30~50대 실수요자들이 중고 경차와 소형차에 몰리며, 그 흐름이 수치로도 뚜렷이 드러난다. 누군가에겐 두 번째 차, 누군가에겐 첫 출발. 이제는 경소형 중고차가 ‘가성비’의 새 기준이 되고 있다.

중고 경소형 차량 가격 상승과 수요 변화

중고 경차 소형차 시세 상승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8월, 자동차 거래 플랫폼 케이카의 데이터가 흥미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전체 중고차 가격은 전월보다 살짝 하락하는데, 경차와 소형·준중형차는 반대로 가격이 올랐다. 평균적으로 경차는 0.9%, 소형차는 0.5%, 준중형은 0.6%씩 가격이 뛰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열 명 중 한두 명은 이전보다 더 비싸게 경소형 중고차를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기아 올 뉴 모닝은 2.7%, 현대 캐스퍼는 2.4%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 엑센트, 아반떼도 각각 1.5%, 1.0% 가까이 오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왜 이렇게 작고 실속 있는 차가 인기일까요?”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 만족을 추구하는 실용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심리와 시장 분위기

중고 경차 소형차 시세 상승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1500만 원 아래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차량은 제한적이지만, 바로 그 범위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실속파 소비자들의 구매 행렬이 가격을 움직인다. 케이카의 조은형 PM팀 애널리스트는 “여름 성수기와 맞물려 실속형 모델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금이 오히려 매매에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한다. 이른바 ‘똑똑하게 타기’ 바람이 중고차 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수입차와 전기차 분야의 상반된 흐름

한편, 수입차와 전기차 분야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입차는 미니 쿠퍼 시리즈를 중심으로, 가격이 1.6%에서 3.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외제차를 찾는 발걸음이 주춤하면서, 변화의 바람은 덜하다. 반면,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처럼 중고차 시장의 스테디셀러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분위기다.

전기차 쪽은 복잡하다. ‘더 뉴 봉고III 트럭 EV 카고’가 3.4%, ‘포터2 일렉트릭’이 1.7% 오를 전망이지만, 이는 신차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많다. 정부 보조금이 줄면서, 중고 전기 화물차의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속형 차량 중심의 장기 트렌드 가능성

이동수단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진 요즘, “작은 차, 합리적 가격”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케이카 관계자는 “높아진 물가 환경에서 이동의 본질적 가치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경소형 중심의 중고차 시장 재편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차의 위용보다 실속과 합리, 그리고 효율이 중요해진 시대—중고차 시장의 흐름이 그 변화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