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부르는 한국 배터리의 새 물결 중국 빈자리, K-기업이 채운다
미국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중국산’ 딱지가 붙은 배터리가 창고 한 켠을 차지하곤 했지만, 이제는 ‘한국 기술’이 조용히 그 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거센 무역 바람에 흔들린 글로벌 시장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서 새로운 기회를 움켜쥐고 있다.
배터리 산업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움직인다. 국내 3대 업체가 북미 땅에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 판도가 다시 짜이고 있다. 그 이면엔 무역 장벽과 보조금, 그리고 ‘테슬라’라는 거대한 이름이 교차한다.
생산 거점 변화와 미국 현지화 흐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단순한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공급하는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는 높은 관세의 장벽을 쌓은 반면, 현지 생산에는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현지 공장이 경쟁력의 출발선이 되고 있다.
2024년 2분기 기준,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산 ESS 배터리에는 기본·상호·보복 관세가 더해져 10개 중 4개 이상이 무거운 관세 부담을 떠안았다. 내년이면 이 비율이 6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변화가 시장의 요구를 바꿔놨다.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은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 대신 ‘메이드 인 USA, by Korea’를 찾고 있다.
기업별 전략과 협력 구도 변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각 사의 움직임은 다채롭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테슬라와 손을 잡고 59,442억 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상대가 공식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ESS 사업에 투입될 것이라 내다본다. 이미 LG는 미국 곳곳에 생산 기지를 운영 중이고, 연말까지는 17GWh, 내년에는 30GWh가 넘는 생산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단독 투자를 넘어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도 병행하며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SDI 역시 움직임이 빨라졌다. 인디애나에 세운 합작 법인 SPE에서 오는 10월부터 ESS용 셀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2026년부터는 LFP 배터리 현지 양산도 준비 중이다. 한편, 관세 부담이 남아 있지만, 미국의 첨단 제조세액공제(AMPC) 제도를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도 가세했다. 회사 측은 이미 생산라인 배분까지 끝냈으며, 연내 가시적인 수주 성과를 자신하고 있다. 고객사와의 협의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테슬라와의 협력을 통한 신뢰 확보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 기업의 또 다른 성장엔진은 바로 테슬라와의 파트너십이다. 단순 납품을 넘어 기술력과 신뢰도를 인정받았다는 상징성이 크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가 개발 중인 AI 반도체 AI6의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테슬라의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에 공급한다는 이력이 신뢰의 보증수표로 작용한다”며, “이 경험이 다른 글로벌 고객사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산 배터리는 미국 땅에서 단순한 수출품을 넘어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시장 반응과 업계의 미래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처럼 미국 현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공급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한·중·미 3국의 역학관계에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안정적 공급망을 원하고, 그 해답이 점차 한국 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앞으로 관세와 보조금 정책,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확장 여부에 따라 현지화 전략의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의 경제지형을 바꾸는 숨은 주인공으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