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은 이름들이지만, 오랜 시간 가려져 있던 ‘중국 단체 관광객’이라는 존재가 다시금 한국에 무대 위로 소환된다. 과거 한 번쯤 면세점 앞에서 긴 줄을 이루던 풍경이, 이제는 새로운 조건과 기대 속에서 재현될지 시선이 쏠린다.

정부가 내년 6월 말까지 10명 중 3~4명꼴로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단체 여행객의 무비자 입국을 전격 허용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통계상의 숫자를 넘어, 지역 상권과 백화점, 호텔, 심지어는 골목상권까지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환호만큼이나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공존한다.

정책 결정 배경과 추진 과정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 정책 발표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2016년만 해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인이었다. 그 무렵 800만 명을 넘나들던 방문객은 사드 논란, 그리고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반 토막이 났다. 줄곧 닫혀 있던 관문이 9월 29일부터 다시 활짝 열릴 예정이다.

이번 결정에는 상호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중국이 지난해 말 우리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대한 맞교환 성격이기도 하다. 지난 6일,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제안된 뒤, 각 부처 간 빠른 협의 끝에 확정됐다. 단, 3인 이상의 단체여야 하며, 지정 여행사만 인솔을 맡을 수 있다.

업계 분위기와 시장 전망

중국 단체관광객 입국 전망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정가에서는 지역 경기 부양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특히 중국 국경절과 중추절, 그리고 국제회의 등 대형 이벤트 일정이 겹치는 10~11월에는 방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이미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서둘러 채비에 들어갔다.

호텔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관련 주가는 정부 발표 직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면세점 업계에서 중국 관광객은 매출의 10원 중 7원을 책임질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신세계·롯데·신라 등은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현실적 도전

중국 단체관광객 소비 변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기대감만큼 염려도 없지 않다. 최근 중국 내 경제사정과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탓에, ‘황금손님’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행의 목적지 역시, 이제는 대형 면세점보다는 성수동, 홍대 등 개성 있는 거점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방문객이 늘어난다 해도 매출 성장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새로운 소비층의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 전략이 절실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의 관리 방안과 장기 구상

불법체류나 목적 외 체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정부의 숙제로 남는다. 이번 방침은 한시적 조치이지만, 추후 개별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허용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지도 검토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 정책이 국내 시장에 실제 온기를 불어넣을지는, 향후 몇 달간의 흐름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정체된 관광업계의 ‘스위치’가 될지, 아니면 잠깐의 돌풍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