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디지털 심장, 자카르타 한복판에서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누가 인공지능 시대의 기반을 먼저 다질 것인가, 글로벌 IT 기업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의 AI 데이터센터 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는 국경을 넘나드는 기술 경쟁에서, ‘누가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가’가 관건이 됐다. LG CNS가 1000억 원 규모의 해외 AI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자로 낙점되며, 동남아 디지털 허브 도약의 문을 두드렸다.

동남아 인프라 시장의 판도 변화

동남아 AI 데이터센터 수주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섬과 대륙이 만나는 인도네시아 수도 한복판. 그곳에 지상 11층의 거대한 건물이 들어선다. 연면적 4만6000제곱미터, 사람으로 치면 여의도 공원 절반 규모쯤 되는 이 ‘두뇌 공장’은, 10만 대가 넘는 서버를 품을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력이다. 초창기에는 30메가와트지만, 상황에 따라 220메가와트까지 확장될 수 있다. 즉, 10가구 중 7가구의 전기를 한꺼번에 쓰는 수준.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가장 큰 데이터센터 단지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번 사업 성사는 LG CNS와 현지 대기업 시나르마스 그룹, 그리고 KMG라는 합작 법인을 통한 협력의 결과다. 현지 시장을 오래 지켜본 투자사와의 조합이 안정감을 더했다.

그룹 역량 결집과 기술 융합

AI 데이터센터 수주 경쟁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 프로젝트의 밑그림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자리 잡았다. 바로 ‘원 팀’ 전략이다. LG CNS는 자체적으로 설계부터 운영까지 총괄하면서, 동굴 속 한 줄기 빛처럼 계열사들의 기술을 모았다.

예를 들면, LG전자는 냉각 시스템에, LG에너지솔루션은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분야에 힘을 더한다. 고성능 GPU 시대에 맞춰, 냉각과 전력 설비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다. 친환경 자동 공조 시스템, 진동을 견디는 견고한 구조, 24시간 전원 이중화 등 최신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다.

동남아 특유의 지진과 고온다습한 환경도 꼼꼼히 고려했다. 안정성 확보와 친환경 설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다.

성장 시장의 교두보 확보

AI 데이터센터 수주 현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자카르타 멘텡. 국가통신망과 해저 케이블이 근접해 있는 이 곳은,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데이터 물류의 허브로 점찍어온 지역이다. 기업 입주자들은 자유롭게 여러 통신망을 선택할 수 있어, 독점 걱정 없는 ‘망 중립성’ 환경이 마련된다.

관계사에 따르면, 이 사업은 단순한 수주가 아니다. 앞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전역, 더 나아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장 전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는 2030년 AI 데이터 산업 규모가 약 84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번 프로젝트가 그 흐름에서 중요한 발판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분석과 향후 전망

LG CNS의 이번 행보는 국내 IT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해외 데이터센터 시장은 선진국 기업들의 무대였지만, 국내 기업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동남아 시장의 판이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로 한국 기술의 신뢰도가 한 단계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데이터산업 지형 변화의 전초전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