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바이어들의 양방향 행진, 서울 아파트 지도가 달라진다 생애 첫 집 마련 전선에 세대별 ‘거점’ 이동이 뚜렷
사회의 흐름이 바뀌면, 부동산 시장에도 잔잔한 파동이 인다. 최근 몇 달간 서울의 아파트 시장을 들여다보면, 한낮 햇살 아래 숨겨진 판이 조용히 뒤집히고 있다. 젊은 층의 움직임이 예상 밖의 곳에서 포착되고, 중장년 세대의 전통적 영향력은 점점 옅어진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수치와 거래 내역 뒤에는, 각 세대가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향해 저마다의 길을 걷는 풍경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한강을, 또 누군가는 재개발의 희망을 좇는다. 이들의 선택지는 과거와 달리 놀라울 만큼 다양해졌다.
세대별 움직임과 지역별 쏠림 현상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요즘 서울 아파트 시장을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최근 집계에 따르면 30대가 부동산 거래의 주도권을 잡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40대가 단단히 장악하던 판도였지만, 2023년 한 해 동안 30대의 집합건물 매수·소유권 이전이 29만 건에 육박하며 1위를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세대별로 주목하는 ‘핫스팟’이 뚜렷히 갈린다는 것이다. 20대는 노원구에, 30대는 성동구와 영등포구에 눈을 돌렸다. 각각의 동네에서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셈이다.
젊은 층이 선택한 노원의 매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20대는 올해 상반기에만 790채를 서울에서 사들였다. 그 중 100채 남짓이 노원구에서 거래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 연령대의 거래에서 10채 중 1채가 노원에 집중된 셈이다.
노원구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단지의 기대감, 그리고 증여나 저축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중소형 아파트가 모여 있는 덕분이다. 실제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현명한 투자처로서의 노원이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대의 시선이 향한 도심과 한강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서른 즈음,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고 싶었던 걸까. 올해 1만 4천여 건의 30대 아파트 매수 중 성동구에서만 1천 건이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동네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된 결과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 그리고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 만난 지점이다.
영등포구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동이나 강남 ‘입성’이 만만치 않은 30대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영등포를 대안으로 여긴 것이다. 현장의 한 중개업자는 “젊은 세대가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을 선호하면서도 예산을 현실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시장 판도 변화의 배경과 전망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내 집 마련의 주인공은 주로 40대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금리의 파도가 밀려오고, 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젊은 세대가 오히려 더 빠르게 움직였다. 2024년 초반 대출 규제 강화 전 ‘막차’를 타려는 심리, 그리고 생애 첫 주택자 지원정책과 낮은 이자 상품이 젊은 층을 끌어당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아니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규제나 금리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의 주도권이 어떤 세대로 넘어갈지, 앞으로도 관심이 집중된다.
세대교체가 현실로 다가온 부동산 시장
이렇듯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조용하지만 뚜렷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40~49세가 좌지우지하던 거래 시장의 중심이, 이제는 30대 초·중반으로 옮겨갔다. 각 세대가 자신만의 기준과 전략으로 서울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내일의 집주인은 오늘의 젊은 바이어. 이들이 어디로 향할지에 따라, 서울 부동산의 풍경도 또 한 번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