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시장의 판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익숙한 이름들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고 있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은 바로 중국의 반도체 업계다. 고성능 신제품에 시선이 쏠린 사이, DDR4라는 ‘구형’ 메모리에서 전혀 새로운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큰 소리 없이 바뀐 이 변화, 업계 내부자들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2025년 3분기, 많은 이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DDR4 가격이 최신형인 DDR5를 제치고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 구형 기술이 값싸게 쌓여있던 기억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시장 구도 변화와 DDR4의 뜻밖의 반전

DDR4 가격 급등과 중국 CXMT 부상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0년간 정체되어 있던 DDR4 가격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 대만 트렌드포스가 6월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는 DDR4의 ‘귀한 몸’ 전성시대가 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PC나 서버용은 물론, 일반 소비자용 DDR4도 모두 일제히 가격이 뛰고 있다.

특히, 지난달 PC 시장에서는 8GB DDR4 모듈이 동일 용량의 DDR5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10명 중 9명이 느낄 만큼 가격 변동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가전, 네트워크, 산업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수요가 유지되고 있지만, 정작 PC와 서버에 우선적으로 공급되면서 일상 소비자들은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기업의 급부상과 틈새시장 장악

중국 CXMT DDR4 시장 점유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과 미국의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DDR4 생산에서 손을 떼기 시작하자, 중국의 CXMT가 과감하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제품을 대량 공급하며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10명 중 1명꼴로 끌어올렸다.

2024년 한 해 동안 CXMT의 매출은 지난해의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값싼 제품을 앞세운 덕분에 PC방, 신흥국, 산업용 장비 등 남아있는 DDR4 수요처를 빠르게 꿰찼다. 대만의 난야와 윈본드도 산업용 및 특수 시장에서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성능 메모리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업체들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생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전체 D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이제 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DDR4는 산업 현장이나 일부 신흥국 시장에만 제한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서버 시장에서 DDR5가 널리 보급되면 DDR4의 입지가 자연스럽게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전에 CXMT가 먼저 저가 공세로 남은 시장을 거의 차지한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구형 제품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전망과 시장의 불확실성

DDR4 메모리 가격 급등 그래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CXMT의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저가 정책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앞으로 이 회사 역시 차세대 메모리 생산 확대에 더 많은 투자를 쏟을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발을 뺀 DDR4 시장이 중국과 대만 기업의 손에 넘어간 지금, 향후 가격이 쉽게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판도 변화의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