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비자들이 한 대의 소형 전기차에 시선을 고정하기 시작했다. ‘기아 EV3’는 등장한 지 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고정관념을 산산이 깨뜨렸다. 전기차는 어렵고 비싸다는 인식, 수입 브랜드가 주도한다는 통념마저 그 앞에선 무의미했다.

이 차는 단순히 ‘새로운 전기차’ 그 이상이다. 대중이 체감하는 가격, 실생활에 바로 닿는 주행 성능, 그리고 꽤나 묵직한 존재감까지—이 모든 요소가 뒤섞인 결과, 시장의 방향키가 바뀌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전기차 1위 자리를 차지한 변화의 징후

기아 EV3 전기차 1위 달성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누가 예상했을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시장의 왕좌는 늘 테슬라의 차지였다. 그런데 2023년 7월에 등장한 EV3가 올 6월까지 단숨에 2만5067대나 번호판을 달았다. ‘10만 명 중 25명’이 EV3를 선택했다는 셈이다. 반면, 모델 Y는 2만4109대, 아이오닉5는 1만4220대로 한 걸음 뒤처졌다.

이렇게 EV3가 순위를 뒤집은 배경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새로운 차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배터리는 괜찮을까, 충전에 오래 걸리진 않을까—이제는 이 차 앞에서 해소되고 있다. 관련 자료를 내놓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도 “초기 시장의 장벽을 허물었다”고 평가한다. 전기차에 대한 거리감이 사라진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소비 패턴의 변화와 주목할 구매자 층

기아 EV3 인기 전기차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흥미로운 점은 누가 이 변화를 이끌었는가다. 구매자 10명 중 7명은 일상용으로 EV3를 선택했다. 렌터카로 계약한 경우는 4명 중 1명, 택시로 선택한 케이스는 572대에 이르렀다.

개인 고객이 전체의 약 68%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법인과 사업자다. 특히 40대 남성과 30대 여성의 선택이 두드러진다. 남성의 비율이 65%를 넘는 현상은, 전기차 시장 소비층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주행거리는 어떨까? 롱 레인지 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5km(유럽 WLTP 기준)까지 달릴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한 번에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30여 분 만에 80%까지 채울 수 있어 불안도 줄었다.

전략 모델이 이룬 성과와 시장 파급 효과

기아 EV3 전기차 신차 등록 1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가장 인기를 끈 등급은 단연 ‘어스 롱 레인지’였다. 선택한 이가 1만488명, 전체의 10명 중 4명꼴이다. 이는 단순한 인기 모델을 넘어, 더 이상 ‘전기차=비싸고 불편하다’는 공식을 깨뜨린 상징적 사례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EV3의 성공을 두고 “가격과 실용성의 균형,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성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과연 이 차가 없었다면, 1년 만에 전기차 시장 구도가 이토록 빠르게 뒤바뀔 수 있었을까.

앞으로의 시장 전망과 남은 과제

이제 질문은 남는다. EV3의 성공이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전기차 대중화의 신호탄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차를 기점으로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이야기한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긴가민가하지 않는다. 선택지는 다양해지고, 가격과 성능 모두 현실적인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남은 과제도 있다. 기아의 앞으로 행보, 그리고 경쟁사들의 대응 전략에 따라 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변곡점에 선 이 시점, 다음 승자는 누가 될까. ‘자동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등장한 지금, 관전 포인트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