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이 ‘세계 1위’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들 수 있을까? 최근 산업계에 굵은 선을 그은 주인공은 놀랍게도 ‘전통의 강자’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전략적 연합이, 전통 시장 질서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삼성과 LG가 최근 내놓은 행보는 단순한 계약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익숙했던 경쟁구도가 뒤집히면서,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모두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남들이 다 쳐다보는 ‘넘버원’ 대신, 한국의 두 기술 기업이 택한 파트너는 바로 테슬라였다. 시장은 이제 “왜?”라는 물음표와 함께, 판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 계약, 익숙한 길을 벗어나다

테슬라 대형 계약 현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숫자로 환산하면 29조 원, 무게감은 실로 거대하다. 반도체와 배터리 시장에서 각자 최고 기록을 경신한 이번 계약의 파장은 어디까지 미칠까?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역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훌쩍 넘는 단일 고객 계약에 도장 찍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을 따냈다.

이 모든 움직임의 중심에는 테슬라가 있다. 전통적으로 TSMC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선점해온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들이 ‘룰 브레이커’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익숙한 강자들이 아니라, 새로운 동맹이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테슬라의 선택과 공급망 판도 변화

테슬라 공급망 변화 모습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테슬라는 왜 대만이 아닌 한국을, 중국이 아닌 LG를 선택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테슬라가 공급 일정 불확실성과 공급처 다변화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때로는 변수로 작용했던 생산지연 이슈와, 한 고객에 집중된 리스크 분산이 맞물리며, ‘삼성·LG’라는 새로운 조합이 탄생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이번 협력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생산량 확대 가능성을 암시했다. 주요 반도체와 배터리의 생산처이자 기술 혁신의 실험장이 한국이 된 셈이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중대 분기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파운드리 공장에서, 테슬라의 신형 AI 반도체를 대량 생산한다. 총 금액만 22조8000억 원에 달하며, 2나노미터 최첨단 공정이 실제 클라이언트와 계약에 적용된 첫 사례다. 이 칩은 자율주행 차량을 넘어, 테슬라가 꿈꾸는 ‘옵티머스’ 로봇에도 채택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금까지 파운드리 시장의 10명 중 7명은 TSMC를 선택해왔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대형 수주를 통해 점유율 격차를 좁힐 만한 발판을 마련했다.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업계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LFP 시장의 조용한 반란

LG에너지솔루션이 따낸 6조 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계약 역시 이목을 집중시킨다. 공식적으로 상대방 이름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업계는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를 유력하게 지목한다. 기존에 중국이 지배해온 LFP 시장에서, LG가 북미 내 유일한 대규모 공급자로 부상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에서 중국 배터리 견제가 심화되자, LG에너지솔루션이 대체 공급처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델타일렉트로닉스, 테라젠 등 북미 중심의 ESS 공급계약도 이어졌다. 미국산 LFP 배터리의 주요 생산기지로서 LG의 존재감이 한층 공고해진 모습이다.

업계 분석과 미래 시나리오

이번 삼성과 LG의 결정은 단순한 ‘대형 수주’ 그 이상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신호탄이자, 한동안 굳건했던 시장 질서에 변화의 조짐을 알린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지형도가 한순간에 이동 중이다.

관계자들은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은 문화와 조직 혁신”이라고 입을 모은다. 파운드리와 배터리 시장 모두 맞춤형 서비스와 고객 중심 경영이 필수가 된 지금, 삼성과 LG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이번 선택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변곡점이 될지, 아직 답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