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안,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내리적으며 오늘 점심값과 한 달 생활비를 계산한다. 최근 들어 “이 정도면 되겠지” 하던 예산이 연일 틀어지는 이유, 대형마트나 식당 앞에 선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한숨 대신 계산서를 오래 들여다본다. 교통비와 먹거리, 빼놓을 수 없는 만원 단위 지출이 줄줄이 올라, 평범했던 일상도 허리띠를 한 번 더 졸라매게 된다.

월말 지갑은 예전보다 더 얇아졌다. 물가에 민감한 1인 가구와 중산층 모두 ‘고정비’라는 이름의 벽을 실감한다. 먹고, 움직이고, 사는 모든 순간에 드리운 ‘생활비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소비 행태 변화와 체감 물가 상승

마트 장바구니 물가 상승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계절은 변하지만, 밥상 가격 변동은 멈추지 않는다. 최근 통계청이 집계한 7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지수는 125.75에 도달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할 때 10명 중 3명 이상이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만큼의 상승률이다.

장마철 이상기후에 수입 원자재 가격, 식품업계의 출고가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오징어채와 조기, 고등어 등 수산물이 두드러진 가격 인상을 보였고, 쌀과 라면을 비롯해 과자, 유제품, 커피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식탁 물가의 체감 온도는 이미 고공행진 중이다.

외식 시장의 가격 변동

외식비 상승에 걱정하는 중년 부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김밥 한 줄’의 상징적 변신, 서울 시내 김밥 평균 가격이 3600원을 넘어서며 외식도 이제 더 이상 가벼운 선택지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주요 외식 메뉴 중 김밥이 가장 눈에 띄게 올랐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쌀, 채소, 김 같은 기본 재료는 물론 인건비와 임대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른 결과다. 소상공인들은 “재료비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바로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교통비 인상과 일상 비용 부담

교통비 인상에 걱정하는 시민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교통비 역시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인상되면서 도시철도 이용자는 출퇴근만으로 하루 3000원을 넘게 쓰게 됐다. 도심을 오가는 직장인들에게는 이 150원의 증가가 한 달 고정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심화되면,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본다. 결국 생활의 필수적 영역에서 시작된 소폭 인상이 가계 전체에 부담을 안기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1인 가구의 현실과 지출 구조 변화

1인 가구 생활비 부담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혼자 사는 청년, 중장년, 노년 모두에게 ‘한 달 예산’은 점점 빠듯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1인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약 163만원. 이 중에서 주거비, 수도요금, 전기료 등 ‘집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그 뒤를 음식, 교통비가 이었다.

특히 서울처럼 주거비가 높은 지역에서는 실질적으로 남는 여유 자금이 더 적다. 청년층 일부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는 곳을 전전하거나, 생활 패턴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전문가 시각과 제언

경제 분야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생활비 상승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한성대 김상봉 교수는 “먹거리와 교통처럼 피할 수 없는 필수비용이 계속 오르면, 서민의 일상은 점점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며 공급망과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점검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생활비 압박이 완화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변화무쌍한 가격에 흔들리는 오늘, 우리 모두의 지갑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