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생존 게임의 룰이 바뀐다 볼보, 생산지 이동으로 시장 문 여는 전략
갑자기 가속페달을 밟은 듯,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찾아왔다. 볼보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수요가 폭주해도 손 안에 쥘 수 없던 EX30,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던 이 SUV가 이제 다른 국적을 달았다. 중국에서 건너오던 길을 접고, 벨기에 헨트의 어두운 공장 불빛 아래에서 새 출발을 꿈꾼다. 산업의 지형이 흔들릴 때 제조사들은 커다란 퍼즐을 어떻게 맞추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동이 곧 해답이다”라는 볼보의 결정에 시선을 모은다. 긴 기다림 끝에 손에 쥐게 되는 EX30의 변화, 단순히 지리적 이동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미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무대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민 볼보의 속내도 읽힌다.
글로벌 생산 전략의 재설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과연 자동차 한 대의 국적이 바뀌면 시장의 판도도 바뀔 수 있을까?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장벽을 세운 뒤로, 볼보는 ‘고민의 시간’을 맞았다. 출고를 기다리던 고객들은 7~8개월씩 차를 기다려야 했고, 그 사이 불만은 커졌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곳곳에서 “언제쯤 탈 수 있냐”는 문의가 쏟아졌지만, 공급은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볼보는 2024년 4월, EX30의 유럽행 티켓을 중국이 아닌 벨기에에서 끊었다. 헨트 공장 라인에서는 이제 ‘출고 대기 90일 이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내걸린다. 수치로 환산하면 8개월이 3개월로 줄어드는 셈. 이 변화는 단순히 고객 만족만이 아니다. 고율의 반덤핑 관세로 인한 수익 악화를 예방하고, 브랜드 신뢰 회복을 노린 조치다.
미국 시장 재진입을 위한 시나리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 땅을 밟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00명 중 15명꼴로 부과되는 유럽산 관세에 비해, 중국산에는 100명 중 147명에게 세금이 매겨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격차는 곧바로 시장 진입 장벽이 된다. 그래서 볼보는 벨기에산 EX30을 앞세워 다시 미국 문을 두드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생산 차량이 미국 시장 성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볼보의 다음 수는 EX40까지도 헨트에서 생산하는 것. 상품 라인업 확장과 동시에 미국 시장 내 입지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재고 확보를 늘려 수요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볼보의 발표 역시 공급망 전략의 변화를 예고한다.
SUV 시장 내 변곡점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볼보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5개월 내리 판매량이 줄어든 상황. 지난 7월, 볼보는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약 14% 감소한 4만 대를 조금 넘게 팔았다. 2분기 영업손실은 한화 약 1조 원(10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의 중심이 SUV로 완전히 옮겨갔지만, 볼보는 한동안 세단 생산을 고집했다. 미국 리지빌 공장의 S60 세단은 창고에 쌓여만 갔다.
여기에 고가 전략을 내세운 EX90의 부진,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헷갈리는 행보까지 겹치자 볼보는 인력 3000명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EX30의 생산지 이동이 당장의 불씨를 끄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SUV 중심으로 전략을 정비하고, 전동화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업계 전체에 던지는 시사점
이번 볼보의 행보는 단순한 생산지 변경이 아니다. 관세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퍼즐을 얼마나 유연하게 맞출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와 시장의 기대치는 빠르게 변한다. 한 번의 방향 전환이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대, 볼보의 ‘헨트 공장 실험’이 향후 자동차 업계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